내가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나를 드러낸다
이고은 작가 전시 '집요한 관찰, 엉뚱한 상상_이고은의 그림책 만들기' 연계 인터뷰
달걀책방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시리즈. 이번에는 '집요한 관찰, 엉뚱한 상상' 전시의 이고은 작가와 짧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평소 이고은 작가의 작업 세계가 궁금했던 분들께서는 이 인터뷰도, 그리고 내일 있을 작가와 만나는 시간에도 들러주세요!
달걀책방(이하 '달걀'):
지금까지 출간하신 창작 그림책이 모두 논픽션 장르예요. 논픽션 작업만 하시는 걸까요?
이고은 작가(이하 '이'):
논픽션만 고집하는 건 아니예요. 머리카락 책도, 책상 정리법 책도 자발적으로 제가 시작한 거라기보다 편집자님의 기획이 먼저 들어와서 만들어진 창작 그림책이긴 해요. 그래서 사실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긴 한데, 저한테 이 논픽션 장르가 잘 맞고 재밌는 것 같아요. 픽션 작업을 하기엔 픽션 스토리텔링의 어떤 부분이 제 성격상 간지럽고 오그라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할까요.
달걀: 픽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없으신 거지요?
이: 네. 예전엔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딱히 어떤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이 없었어요. 그런것 보다 오히려 저번에 달걀이 인스타에서 소개한 페르닐라 스탈펠트의 <세상 모든 아이들의의 권리>같은 책을 봤을 때 그런 종류의 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결론을 내기보다 무엇에 대해 알아보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그런 작업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다 보니 그런 제 성향을 알게 되었어요.
달걀: 논픽션이 시작하고 끝맺기가 어렵잖아요? 논픽션도 범주가 넓고 어떤 책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작가님이 작업하신 것과 유사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말씀하신 대로 확실하게 결론을 내는 그런 이야기라기보다 하나를 파고들어 가며 깊이 탐구해나가는 방식이니까요. 예를 들면 죽음에 대한 걸 쓰겠다고 할 때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독자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읽기 시작하며 어느 만큼 이야기한 후에 끝내야 적당할지를 정하는 게 어려운 것 같거든요. 작업하신 요괴 도감을 예를 들어보자면 요괴가 100명쯤 있다고 치면 그 중 몇 명을 고를지, 어떤 요괴를 처음에 둘지 이런 걸 정하는 것이요. 작가님은 논픽션을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이: 요괴 도감 작업은, 기존의 요괴 책을 읽으면서 그 요괴를 만화와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요괴를 추렸어요.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었을 때 재밌는 것들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황정혜 대표님이(후즈갓마이테일출판사) 옛날 요괴만 넣는 것 보다 요즘 요괴도 넣으면 재밌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자유로 귀신, 홍콩할매 귀신 이런 요괴도 넣었고요. MBTI 분석도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왔어요. 사실 이건 어른 독자들이 알아볼 만한 내용이긴 한데, 그래도 의외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도 자신의 MBTI도 알고 있더라고요.
달걀: 저는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의 독자층을 확 넓혀준 것 같아요. 달걀책방에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좋아하는 책이에요.
달걀: 작업이 잘 안될 때, 슬럼프라고나 할까요? 극복 방법이 뭔가요?
이: 예전에는 산책이었어요. 너무 막히면 산책을 갔다 오면 좀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산책보다 아예 다른 걸 하다가 돌아와서 보기를 하고 있어요. 일종의 환기하기죠. 아이랑 놀이터에 다녀오거나, 청소기를 돌리며 집안일을 할 때도 있어요. 묵혀놨다가 다음에 다시 보기도 해요. 붙잡고 있으면 안되는 것 같아요.
달걀: 그림책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쁜 그림, 잘 그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거든요 이제. 관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요즘은 무엇이든 검색하면 나오는 시대이니 대상을 관찰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 관점,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달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작가님은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고 아카이빙 하는 방식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넣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이: 맞아요.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라 그럴거예요. 직접적으로 설명하면서 저를 드러내기는 좀 어려운, 그래서 빗대어서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지요.
2023.4
내가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나를 드러낸다
이고은 작가 전시 '집요한 관찰, 엉뚱한 상상_이고은의 그림책 만들기' 연계 인터뷰
달걀책방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시리즈. 이번에는 '집요한 관찰, 엉뚱한 상상' 전시의 이고은 작가와 짧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평소 이고은 작가의 작업 세계가 궁금했던 분들께서는 이 인터뷰도, 그리고 내일 있을 작가와 만나는 시간에도 들러주세요!
달걀책방(이하 '달걀'):
지금까지 출간하신 창작 그림책이 모두 논픽션 장르예요. 논픽션 작업만 하시는 걸까요?
이고은 작가(이하 '이'):
논픽션만 고집하는 건 아니예요. 머리카락 책도, 책상 정리법 책도 자발적으로 제가 시작한 거라기보다 편집자님의 기획이 먼저 들어와서 만들어진 창작 그림책이긴 해요. 그래서 사실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긴 한데, 저한테 이 논픽션 장르가 잘 맞고 재밌는 것 같아요. 픽션 작업을 하기엔 픽션 스토리텔링의 어떤 부분이 제 성격상 간지럽고 오그라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할까요.
달걀: 픽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없으신 거지요?
이: 네. 예전엔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딱히 어떤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이 없었어요. 그런것 보다 오히려 저번에 달걀이 인스타에서 소개한 페르닐라 스탈펠트의 <세상 모든 아이들의의 권리>같은 책을 봤을 때 그런 종류의 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결론을 내기보다 무엇에 대해 알아보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그런 작업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다 보니 그런 제 성향을 알게 되었어요.
달걀: 논픽션이 시작하고 끝맺기가 어렵잖아요? 논픽션도 범주가 넓고 어떤 책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작가님이 작업하신 것과 유사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말씀하신 대로 확실하게 결론을 내는 그런 이야기라기보다 하나를 파고들어 가며 깊이 탐구해나가는 방식이니까요. 예를 들면 죽음에 대한 걸 쓰겠다고 할 때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독자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읽기 시작하며 어느 만큼 이야기한 후에 끝내야 적당할지를 정하는 게 어려운 것 같거든요. 작업하신 요괴 도감을 예를 들어보자면 요괴가 100명쯤 있다고 치면 그 중 몇 명을 고를지, 어떤 요괴를 처음에 둘지 이런 걸 정하는 것이요. 작가님은 논픽션을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이: 요괴 도감 작업은, 기존의 요괴 책을 읽으면서 그 요괴를 만화와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요괴를 추렸어요.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었을 때 재밌는 것들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황정혜 대표님이(후즈갓마이테일출판사) 옛날 요괴만 넣는 것 보다 요즘 요괴도 넣으면 재밌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자유로 귀신, 홍콩할매 귀신 이런 요괴도 넣었고요. MBTI 분석도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왔어요. 사실 이건 어른 독자들이 알아볼 만한 내용이긴 한데, 그래도 의외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도 자신의 MBTI도 알고 있더라고요.
달걀: 저는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의 독자층을 확 넓혀준 것 같아요. 달걀책방에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좋아하는 책이에요.
달걀: 작업이 잘 안될 때, 슬럼프라고나 할까요? 극복 방법이 뭔가요?
이: 예전에는 산책이었어요. 너무 막히면 산책을 갔다 오면 좀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산책보다 아예 다른 걸 하다가 돌아와서 보기를 하고 있어요. 일종의 환기하기죠. 아이랑 놀이터에 다녀오거나, 청소기를 돌리며 집안일을 할 때도 있어요. 묵혀놨다가 다음에 다시 보기도 해요. 붙잡고 있으면 안되는 것 같아요.
달걀: 그림책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쁜 그림, 잘 그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거든요 이제. 관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요즘은 무엇이든 검색하면 나오는 시대이니 대상을 관찰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 관점,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달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작가님은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고 아카이빙 하는 방식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넣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이: 맞아요.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라 그럴거예요. 직접적으로 설명하면서 저를 드러내기는 좀 어려운, 그래서 빗대어서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지요.
2023.4